두산, MB정부 그리고 9월 위기설

 8월 마지막 금요일. 나는 내 주식 가격을 확인을 하다 깜짝 놀랐다. 내가 투자한 두산중공업이 1만원이 넘게 약 10여퍼센트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9월 첫날이자 월요일에 두산중공업은 또다시 1만원, 역시 약 10여퍼센트나 떨어졌다. 주당 10만원 가까이하던 두산중공업은 7만원도 되지않는 가격으로 폭락을 했다. 이틀만에. 이유를 찾아보았다. 이유는 두산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작년에 M&A를 하여 자회사로 편입시켰던 밥캣이라는 회사를 유상증자하기 위해 미국에 10억달러를 보낸것이다. 두산이 밥캣에 10억달러를 보낼거라는 소문은 시장에서 벌써 돌고있었지만 두산은 보낸 당일까지도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들은 언론에서도, 심지어 두산의 주인인 주주들에게까지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얼마 안 있어 그 거짓말은 드러났고 두산은 믿을 수 없는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두산의 주식들을 팔기시작했고 주식은 폭락했다. 이틀동안 두산은 4조원치의 손실을 보았고 뒤늦게 10억달러를 보내도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골드만삭스는 사람들은 이제 두산을 믿지 못할 것이고 두산 중공업 역시 7만5천원선에서 유지될거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재벌 11위인 이 기업은 한번의 거짓말로 시장에 커다란 불신을 주었고 그 대가는 쓰디썼다.

 두산이 폭락하던 그 때 한국 증시 역시 폭락을 하고 있었다.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1500선은 이틀만에 100포인트가 떨어져 1400선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주식 시장은 패닉상태이고 환율은 급격히 오르고 있다. 몇달전부터 무성했던 소문, 9월 위기설이 현실이 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뉴스에서는 계속해 폭락하는 한국 증시와 폭등하는 환율을 보여주며 9월 위기설을 보도하고 있고동시에 청와대는 9월 위기설은 없다고 말한다. 9월 위기설은 과연 현실이 될 것인가? 나는 2006년부터 미국 부동산 불경기와 이에 따른 세계 불경기, 그리고 한국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한국은 미국의 부동산 거품으로 시작된 불경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엔 그 불경기의 영향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무척 치명적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2008년이 사직되던 날. 이 블로그를 통해서 그 불경기는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수정했다. 내가 생각했던대로 그 영향은 생각보다는 깊지 않았지만 길게 지속되었고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몇년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9월 위기설은 어떻게 봐야할까?

 오늘 프레시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칼럼(진짜 위기는 9월부터 시작이다.)을 보았다. 그는 9월위기설의 이야기가 현실로 구현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9월 위기설은 없다. 지금 한국엔 유령이 있다. 9월 위기설이라는 실체 없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9월 위기설이 현실로 되지 않을거라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왜냐하면 97년 이후 한국 정부는 경제위기 관리능력을 키워왔을 뿐 아니라(이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에 대해 대처하는 능력이 커졌다. 이 것이 불경기가 공황으로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 꽤 많은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국의 거시경제 지표도 튼튼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론에서 이렇게 심각하게 경제 위기를 보도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까진 괜찮아보이는 경제지표와 꽤많은 여유자금을 가진 정부 아래서 실체가 보이지 않는 9월 위기설이 크게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상하게 보였다. 왜 이렇게 실체가 없는 위기설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바로 현 9월 위기설의 진정한 위기다.

 우석훈의 칼럼은 예리하게 현실을 짚고 있었다. 특히 현재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부양책의 위험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9월 위기설의 진정한 실체를 설명하는 부분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보였다. 우석훈은 단기적으로 보는 금융시장 위기의 원인을 강만수의 환율정책으로 보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그는 강만수의 잘못된 환율정책을 이야기하며 환율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것을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글을 쓰게 된 원인이다. 환율 정책에 대해선 크게 세가지 정책이 있다. 달러와 자국 통화를 일정하게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 그리고 시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 그리고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를 적당하게 쓰는 그 중간.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바로 이 중간 정책을 사용한다. MB정부 이전에도 환율에 대한 정부개입은 분명히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환율을 900원으로 있었던 것도 정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서 국가가 사용하는 자금은 해마다 불어났다. (궁금하다면 한국은행 사이트 들어가서 통화안정화증권에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렇게 정부가 환율에 개입을 하는 이유는 급격하게 환율이 변할 시 실물경제에는 커다란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국의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책임있는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강만수가 잘했다고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강만수는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글도 썼고 (바보야! 문제는 '어떻게'야!)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우석훈은 강만수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고 본다면 나는 건드려야 할 것을 엉뚱하게 만져서 일어난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정부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가 낫겠지만 그보단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정부가 더 낫다. 이번 사례는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였을 경우 일어날 악영향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강만수가 처음에 고환율 정책을 사용할 때 의아하게 보였다. 분명 수출중심의 고성장을 하기 위해선 고환율 정책이 필요하긴 하다. 그렇다고 고환율 정책이 고성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세계적 불경기 시기에는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안정적으로 환율을 움직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굉장히 공격적인 환율 정책을 사용하고 있기에 그것이 약간 신기하게 보였다. 결국 그것은 커다란 실패가 되었고 모든 언론들이 비판하기 시작했고 뒤늦게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며 나섰다. 언론과 학계와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강만수를 해임하라고 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강만수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상황은 엉뚱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G8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강달러 환율 정책을 하기로 합의를 보면서 달러의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고 그만큼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은 더더욱 빛을 보기 어려워졌다. 결국 강만수는 외환보유고까지 사용했지만 환율 안정화를 이루지 못했다.

 한국정부가 환율안정화에 실패한데는 분명 대외적인 이유들도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정부에게 있다. 한 국가 경제의 경제주체로서 정부의 영향력은 다른 경제주체들보다 월등히 크다. 그만큼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러기에 정부는 어떤 정책을 하기 위해선 신중해야 해고 실패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정부의 영향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정책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전제로 삼아야 하는 것이 신뢰다. 이 신뢰가 없을 때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좋더라도 정부의 능력이 뛰어나도 시장에서 먹히지 못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른바 정부의 개입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인 잘못된 개입을 하였다. 그리고 실패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사태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경제부장관은 그대로 있었고 어느 언론에서 자기는 노력했다고 말한다. 얼마전 한국주식이 1700에서 1600으로 급락을 했을 때 정부는 자신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증시가 급락한 이유는 국외적인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기름값이 올랐을 때 정부는 세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정부의 반응을 보고 쓰지는 않았지만 '웃기는 짬뽕'이라는 글을 쓸려고 했다. 그 글의 내용은 주식이 폭락해도 아무런 책임이 없고 기름값을 올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환율안정이 실패하자 기름값을 돌려준다는데에 그들은 웃기는 짬뽕같다며 반성하는 의미로 4700만 국민에게 힘내라고 짬뽕을 돌리라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차라리 경기부흥에 더 낫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짬뽕정책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강문수팀의 정책이 형편없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실패와 잘못을 회피하고, 변명하고, 책임을 돌릴 때 정부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사실 9월쯤에 한국증시는 재조정을 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환율정책을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국 증시는 내려가서 1600대를 간신히 방어하거나 1500대로 내려갔을 것이다. 9월 위기설의 영향이 생각외로 커지자 청와대가 9월 위기설이 근거가 없다고 해도 이제 시장은 청와대를 믿지 못한다. 큰 대기업이 덩치만 믿고 시장에 거짓말을 하여 그만큼 쓰디쓴 대가를 받았듯이 정부도 결국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금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부를 보며 좋아하는 건 외국투기꾼들뿐이다. 그들에게는 한국이 좋은 공격 목표가 되어버렸다.

 9월 위기설이 보여주는 지금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심각한 모습은 앞으로 다가올 커다란 태풍들이다. 9월 위기설과 같은 가능성이 낮은, 소나기같은 소문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이렇게 흔들린다면 앞으로 다가올 태풍들에 대해선 얼마나 더 크게 흔들릴까. 소나기들도 이번 한번만이 아니라 계속해 올 것인데 한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 이 9월 위기설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진짜 태풍을 우리는 받아들일까. 그 때는 지금보다 더 크게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시장을 휩쓸테고 그 불안감은 또 얼마나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것인가.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염된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고 그것이 심각한 진짜 위기가 될 것이다. 우석훈이 말한 것처럼 위기 대응이 바로 실력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미 신뢰를 잃었고 그런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아보인다. 그들이 어떻게 한들 시장이 느끼는 불안감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에 깊어 그것을 회복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천천히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일단 강만수를 해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이런 사태에서, 흔들리는 한국 경제에서 자신에게 문제점이 없는지를 진심으로 반성해보길 바란다. 그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할 첫걸음이다.

by Contender | 2008/09/02 23:40 | Economic&Political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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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꿈돼지 at 2008/09/02 23:49
강만수의 외환개입에 대해서는 저랑 의견이 다르지만.. 9월 위기기설이나 기타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저도 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현재 위기의 근본은 기본적으로 국가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봅니다. 내부의 불신과 외부의 불신. 이런 작은 파고 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줄줄새는 통통배를 가지고 앞으로 진짜 닥쳐올 폭풍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강만수의 뻘짓은 가희 경지에 오른듯 하구요. 클린턴 시절 2대에 걸쳐 재무장관을 한 로버트 루빈(맞나 ;; 책을 다 읽었는데 인명에 약해서)의 자서전을 보면 재무장관으로 주시이나 환율 시장에 장관으로서 얼마나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는지 잘 나와있죠. 그에 비해서 강만수는 이메가와 천생연분처럼 뇌가 없는 불도저니 이건 뭐 답이 없는거죠.
저는 외환시장에 대해서 국가의 개입이 일부 있을 수 있찌만 정말 신중해야 하고 조심히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깡만수 풋만수는 좀 무섭죠
Commented by vcvc at 2008/09/02 23:49
투매하고 신경끄쌈.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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