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

 나는 사학과 학생이다. 그리고 교직이수도 땄다. 어쩌면 나는 미래에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이 될 수도 있다. 사학과를 다니면서 젤 처음 배운 것 중의 하나가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역사란 무엇인가. 수많은 사학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를 썼다. 카는 절대적인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객관주의적 역사관과 절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역사도 역사가의 해석에 달렸다는 주관주의적 역사관 사이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며 미묘한 균형을 외쳤다. 

 그리고 몇년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이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내셨다. 책의 요지는 카는 미묘한 균형을 이룬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고, 포스트모던 시대에서 우리는 이제 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역사학을 만들기 위해 비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역사학은 어떻게 역사를 서술할 것인지 수많은 고민들과 함께해왔다.

 그런데 사실 역사학의 목적과 정의에는 말하기 부끄러운 것이 또 하나가 있다. 국가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국가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게 해주고, 국가의 정당성을 만들어 주는 일이 역사학이 해야하는 임무 중 하나다. 역사학은 이 일을 위해 때때로 자신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의무를 져버리기도 한다. 일본의 시민사관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사 역시도 진실하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고조선 건국이 기원전 2333년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근거 하나로 고조선 건국의 공식적인 수립을 기원전 2333년으로 잡기에는 너무나 그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얼마전부터 근현대사 교과서가 논란이다. 정부는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파적이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손수 손질을 하고 있다. 또한 그 중에서도 가장 좌파적이라는 금성 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고등학교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100분 토론에서는 이런 논란을 주도하고 있는 뉴라이트 출신 신지호 의원은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는 반대한민국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근현대사 교과서들에 대한 대안으로 만든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아직까지는 그리 성공한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나도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축적되는 시기라고 표현되고 김구 선생의 항일 무장 투쟁을 "항일 테러 활동"이라고 쓰여진 대안교과서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은 받아들이질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어째서 현재의 교과서를 두고 반대한민국적이라면서 자신들의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한민족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표현을 서술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이명박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 몇년 전 박노자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누군가가 박노자에게 뉴라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었다. 그는 뉴라이트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나 우파가 아니라 남한주의적이라고 생각된다고 답변을 했는데 바로 이 것이 지금 모순적이기까지 보이는 이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단어인 것 같다. 

 사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고 불리우는 한국이 과연 역사적으로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을까. 다들 알다시피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조선 사람들은 단일 정부 수립을 원했다. 그들은 단일 정부 수립과 함께 식민지 시절을 포함한 그 이전 정부들보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 빵을 더 많이 주는 정부를 원했었다. 이념적으로 무지했던 다수의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보다 빵을 더 많이주는 정부로 알았고 이걸 가지고 강정구 교수는 해방 직후 대다수의 조선 사람들은 사회주의 국가를 원했다고 주장을 한다. 어쨌든 그 시절 한반도는 국제적으로 민감했던 시기였고 또한 김일성과 이승만은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그 시절 사람들이 염원했던 단일 국가는 이뤄지지 않았고 한쪽에선 김일성의 북한 정부가 다른 한쪽에선 이승만의 남한 정부가 수립되었다. 비슷한 정치적 성향이었지만 분단 국가를 원하지 않았던 김구와 임시정부 사람들은 결국 이승만 정부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뒤 일부는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난 뒤 보도연맹원으로 학살이 되기도 했다. 이승만은 이렇게 임시정부쪽으로부터 정치적 지원을 받지 못하자 친일 경력이 있는 부자들이 모인 한민당의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을 세웠다. 

 사실 북한도 마찬가지지만 남한 역시 그 시절 사람들이 원하는 국가와는 다른 모습이었고 정당성은 그다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진실이 남한주의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남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흔드는 추악한 존재였고 이것을 덮어씌우길 원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선은 한국정부를 수립하는데 도움을 줬던 존재들이고 악은 한국정부를 반대한 존재들이다. 일제 시대는 전자에 포함이 되고 김구 선생은 후자에 포함이 된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든 교과서에서 일제와 김구 선생이 앞서 말한대로 서술되어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것은 남한이라는 분단 국가의 입장에서 보질 않고 한민족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와는 달라지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른바 남한주의자들은 경제적인 성공을 가지고 그것을 덮을려고 했지만 이제는 있었던 사실마저 지우거나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역사를 바꿀려고 시도한다.

 절대성을 믿지 않는 포스트 모던 시대의 역사는 어느 한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국가 주도의 역사에서 벗어나 민간의 여러 출판사들에게 그들의 양심에 맡겨서 교과서를 서술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금성 교과서나 다른 교과서들 자체도 그 시절 모든 역사를 다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말하는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나와 이들이 말하는 역사들이 틀린 것으로 판정되고 지금 정권 아래에서 말하는 역사가 정답이 되어버리는 순간, 역사는 지금의 정권과 한국에게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정당성과 정통성을 부여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게 된다. 역사가 말해주는, 진실이 말하는 의미는 사라져 버릴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반성해야 되고 다시 생각해봐야 하며 어떻게 가야 할 건지, 우리가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역사가 바뀐다고 오늘 당장 얼마가 손실이 나거나 이득이 생기지는 않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by Contender | 2008/12/25 21:55 | 역사. 오래된 미래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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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luespy's me.. at 2009/01/05 00:49

제목 : 낭만거미의 생각
그런데 사실 역사학의 목적과 정의에는 말하기 부끄러운 것이 또 하나가 있다. 국가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국가, 애국… 이런 말이 만들어진게 얼마 안되었다는게 사실일까?...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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