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 위에선 중립은 없다.

나는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불편하다에 대한 나의 생각

 오늘 신경민 앵커의 중징계 반대에 대한 아고라 글과 그의 클로징 멘트를 블로그에 올렸더니 정말 오랜만에 트랙백이 하나 달렸다. 그 글을 클릭하니, 이번 사태에 대해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었다. 그 분은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불편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앵커가 가져야 할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MBC는 공영방송이고, 신경민 앵커는 개인인데 한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의 클로징 멘트로 날릴 권리는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러기 전에 일단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과연 개인의 생각에 국한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MBC 뉴스데스크에서 신경민 앵커가 눈에 띄는 멘트를 날린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뤄져 온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멘트가 계속해서 이어져 온다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생각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신경민 앵커 개인의 생각이었다 하더라도 공영 방송의 메인 뉴스 클로징 멘트를 몇달 째 개인의 생각을 말했다면, 그것이 MBC의 의도와 맞지 않는다면 이미 그는 징계를 받고 메인 뉴스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 멘트를 날리고 있다. 그것은 신경민 앵커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끝난다는 것이 아니다. MBC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MBC는 과연 이런 멘트를 날리도록 허용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교과서를 통해 언론은 가치 중립을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과연 언론은 가치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가져온 의문이다. 가치 중립을 표하면서 어떻게 건전한 사회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가.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가치 중립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말이다. 모순이지 않는가.

 영국의 타임지는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자 일면을 'Oh God!'으로 채웠다고 한다. 내가 자주보는 이코노미스트는 이라크전에는 찬성을 표했고, 오바마를 지지했으며, 토니 블레어와 메르켈을 지지하고 있고, 프랑스 대선 기간에는 루아얄을 반대하고 사르코지를 지지했었다. 외국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의 언론들는 이미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는 이것이 솔직해서 보기 좋다. 그에 비해 우리 나라는 외국 언론들에 비해 좋게 말하면 가치 중립을 좀 더 지키려고 하고 나쁘게 말하면 몸을 사린다. 가치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척하면서 그렇지 않은 언론들이 한국에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 언론들이 어떤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조선, 중앙, 동아는 한나라당을 강력지지하고 한겨례, 한국, 경향, MBC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만약 언론들이 가치 중립적이라면 이런 정치적인 입장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나열한 언론들 중에서 가치 중립을 지키는 언론이 무엇이 있는가. 아니 현실 상에 그런 언론이 있을까. 아니 그런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 중립이라는 말. 그것이 원칙적이라고 말을 하지만 나는 그것은 실현하기 어려운 하나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나는 중립을 취한다는 말은 비겁하고 회피적인 태도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가가 혹은 권력이 이 사회의 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가치 중립의 태도를 지킨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국가의 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다. 물론 가치 중립도 중요한 원칙이겠지만 언론은 사회가 정말 가면 안되는 방향으로 향할 때 언론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해줘야 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불편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보았을 때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의무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너무나 극단적인 시기에서는 말이다.

by Contender | 2009/03/01 23:19 | Economic&Political | 트랙백(2)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contender.egloos.com/tb/228660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하민혁의 민주통신 at 2009/03/02 02:50

제목 : MBC 노조의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기생질
나름대로 성의를 다해(일부러 시간을 내어 포스팅해주는 그 정도의 성의면 성의를 다했다고 봐도 좋습니다) 앰비씨(MBC) 노조가 만들어서 뿌린 세계인에게 보내는 메세지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근거가 없다느니, 이건 개그였다느니 하는 딴소리를 계속하는 분들이 없지 않기에 보론 겸 하여 한번 더 지적해둡니다. 민주주의가 위태롭다는 김정근 아나운서의 절규가 뇌리에 박힙니다. 언론노조가 왜 파업을 해야 하는지, 그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다......more

Tracked from 하민혁의 민주통신 at 2009/04/14 14:22

제목 : 신경민 앵커 교체, 당연한 결정이다
엠비씨 신경민 앵커가 교체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합당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나는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불편하다"는 글에서도 잠깐 그런 생각을 피력했던 것처럼, 나는 엠비씨 뉴스데스크 말미에 어설프게 들붙어 있는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영 불편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나는 신경민 당신의 클로징 멘트가 불편합니다 첫째는 신경민의 생각이 내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입니다. 앵커도 당연히 자기 의견 표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민 앵......more

Commented by 하민혁 at 2009/03/02 02:48
잘 봤습니다.
트랙백으로 주셨으면 더 좋았을 터입니다.
답글은 나중에 트랙백으로 하나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Contender at 2009/04/19 01:54
하민혁님 글 올리셨네요.
아 잘지내시는지요. 요새 블로그를 거의 안왔네요 ㅠㅠ 중간고사 끝나고 답글 올릴게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유쾌한짐승 at 2009/03/10 16:23
좋은 반박문이네요. 글 조리있고 짜임새있게 잘 쓰셨습니다 ㅎㅎ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