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 구원을 가장한 등쳐먹기

 1년간 가장 기다려 온 작품 '박쥐'를 보고 난 순간 느낌은 '난감하다'였다. 영화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가 정말 어려운 그런 영화였다. 영화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것들이 모호하게 뒤섞여 있어 수많은 해설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찬욱 감독은 나에게 "나는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으니 이제 너가 해설을 해봐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주위 친구들에게 영화가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역시 제각각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재미는 없었지만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가장 잘 보여준 상업적인 영화"라던가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박찬욱은 천재다.""한국 영화가 살아있다는 증거"등등 너무나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박찬욱 영화들을 가장 사랑해 온 나의 입장은 일단 보류로 하기로 하고 조금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우리과 A양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얌전하고 조신하고 순진한 척을 하지만 그런 이미지로 남자들을 낚은 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는 식으로의 이야기를 어느덧 4년째 반복해서 말하는 A양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박쥐의 김옥빈이 떠올랐다.

 태주는 상현을를 유혹하고 꼬신다. '행복한복점'에서 전혀 행복하지 않아서 밤마다 맨발로 뛰어다니는 그녀는 상현에게 자신은 얼마나 불행하고 짐승같은 취급을 받으며 사는지를 보여준다. 상현은 속아서 자신의 원칙, 살인은 하지말라는 그 원칙까지 깨버린다. 그러나 시간은 그 거짓말들을 벗겨내었고 속았음을 깨달은 상현이 분노한 순간 태주는 "우리 세식구의 삶에서 니가 들어와서 우리의 행복을 깨버렸다"라며 침을 내뱉고 자기의 피를 쏙쏙 빼먹을 것이라며 도망친다. 태주가 상현에게 침을 뱉는 순간 그는 "언제는 귀엽다메 씨발년아."라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결국 그녀를 죽인다.

 너무나 미워서 결국 죽여버린 그녀를 상현은 결국 살리고 만다. 뱀파이어로 부활한 태주는 더이상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자신의 힘을 가지고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인다. 그동안 억눌러져 있었던 그녀의 본성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되자 상대적으로 덜 억눌러져 있었던 상현보다 더 잔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부활한 태주가 자신의 말을 안들어서 때릴 때 그는 나는 너밖에 남은게 없다고 한다. 또 도박을 하는 친구들을 죽일 때 그만하라고 그녀의 목을 조르다가도 그녀가 자신의 품에 안기자 다시 놓아주고 또 다시 죽이고 지옥에 가서도 함께 하자고 한다.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을 상현은 가지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상현은 결국 그녀와 자신이 소멸해야된다는 것을 깨닫고 바다로 간다. 흥미로운 건 바다에 가서 죽자는 상현에게 강하게 거부하는 태주는 혼자 도망치지 않고 상현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결국 함께 죽는다. 상현이 준 신발을 신은채로.. 태주를 죽이고 다시 살리고 그녀가 자신의 말을 안듣자 다시 때리고, 너무 때려서 힘이 없자 살인을 안한다는 그는 의사를 데리고 와 태주가 살인을 하도록 돕고 다시 자신이 죽을 때 함께 데리고 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현이 속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에 속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그러듯이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본성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상현은 그렇게 속았고 그 속음으로 인해 태주와 사랑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그들은 섹스를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구원이 아니었다. 서로 그들의 발을 빨고, 서로의 피를 빨듯이 서로가 서로를 등쳐먹었을 뿐이다. 그 결과 태주를 인간에서 뱀파이어로 만들었고 상현을 신부에서 살인자로 만들어버렸다. 박쥐의 영어 제목 Thirst로 지은 것은 이렇게 서로가 자기의 욕망을 위해 서로를 끝없이 등쳐먹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당신들을 도와주겠다며 순수한 의도를 가진 채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다수가 진정한 도움이 아니라 이용하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 핸드폰 전화부에 적힌 사람들 중에서 그렇지 않고 나의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면 10명을 넘길 수 있을까? 왜 그렇게 사람들은 등쳐먹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엔 자기가 가진 욕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상현이 태주에게 왜 거짓말을 했냐며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살인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자 태주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결국엔 살인을 했을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상현은 결국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순수하고 따뜻해 보이는 사랑의 이면에 한편에선 서로 등쳐먹고자 하는 욕망들의 움직임,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연애할 때 혹은 살아갈 때의 더러움같은 것들을 신선하게 잘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박쥐는 1점짜리 거지같은 영화는 아닌 거 같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대로 그가 만든 작품 중 최고의 걸작도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수하게 많은데 작품을 이렇게 만든 이유가  그가 논쟁을 만들기 위해 그러한 전략을 짰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아무리 휼륭한 의미를 가졌어도 전달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휼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난 별로 특이하다는 느낌은 들어도 재미는 없었다.

by Contender | 2009/05/17 14:34 | The FILM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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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at 2009/05/17 15:15

제목 : ‘박쥐’, 박찬욱 감독 새로운 진화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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