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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위기와 그리스 위기 경제읽기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라는 도시에서 머무른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캘리포니아에 머물 동안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었지만 계획만큼 많이 가보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쉽다. 6월 말, 여기서 만난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생 친구들과 갔었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여행은 내게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주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 주로만 따져도 세계 몇 위안에 드는 경제권을 지닌 국가 규모라고 하는데 그 규모만큼 여러번 경제 위기도 여러번 맞았다. 금융위기 전에도 주 정부는 파산 위기를 맞았고, 덕분에 민주당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민소환을 당하고, 대신 공화당의 슈왈드 제너거가 주지사가 되었었다. 그러나 2010년 현재, 다시 금융 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심각한 주 정부 경제 위기로 인해,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들은 등록금을 30% 이상을 인상을 시켰고, 얼마 되지 않는 공공 버스는 스케줄 시간을 조정하고, 노선을 줄이는 등 심각한 휴유증을 겪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등록금을 32% 인상했을 때 대학생, 교수등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등 캘리포니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었다.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파탄 및 경제 위기들은 비단 캘리포니아 주에만 국한이 된 것이 아니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미 꽤 많은 주정부들이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를 타고 캘리포니아를 여행을 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느긋하고 여유로웠으며, 다른 한편은 여전히 축제로 가득했다. 그렇게 경제가 안 좋다고 하더라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캘리포니아는 너무나 이중적으로 보였다. 동시에 여행을 하기 얼마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그리스 위기와 비교가 되었다. 

 올 초부터 불안해 보이던 그리스가 결국 재정 위기가 왔을 때 폴 크루그먼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번 그리스 위기가 결국 유로권의 붕괴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언론들은 폴 크루그만 혹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누군가가 그리스 위기에 대해 어떤 말을 하나 예의주시 했고 그들이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큰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은 그리스 뿐만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다음 그리스가 누가 될지 예상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유로화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의 자금은 유로권에서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독일은 그리스에 대해 도와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리스를 도왔다. 유로권은 경제적 위기가 발생했을 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을 아낌없이 사용하라는 버젯의 논리대로 거대한 유동성을 투입하였다. 

 그리스는 5월 초 재정위기가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정도 안정을 취한 것 같다. 적어도 유로화는 거의 안정을 찾았고 오히려 미국의 달러가 다시 불안하다. 이 그리스와 캘리포니아를 연결 지어보면 제법 재밌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나온다. 한국 언론이 워낙에 유럽과 그리스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지금 정확하게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5월에 그리스와 유럽을 휩쓸었던 비관적인 생각들보다는 나쁘지 않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지금, 폴 크루그만 등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들의 유로권 붕괴에 대한 예언, 그것을 받아쓰느라 바뻤던 한국 언론들의 말들을 지금 와서 보면, 웃길 정도로 너무나 호들갑스러웠다.
 
 폴 크루그만 등의 많은 이들이 왜 그럼 유로권의 붕괴를 예언했는가?  경제학에서 '최적통화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같은 화폐를 쓸 수 있는 조건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이 이론에 따르면 단일 화폐와 단일 통화 정책을 쓸 수 있기 위해서는 경제적 장벽이 제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이론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캘리포니아의 경제가 안 좋아서 실업률이 높을 경우, 캘리포니아의 실직자들은 캘리포니아 주위에 있는 다른 주들, 아리조나, 워싱턴, 네바다 등의 주로 갈 수도 있으며, 혹은 동부쪽 뉴욕, 마이애미 등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유로운 이동은 자연스럽게 어느 한쪽에서 발생한 경제적 악영향을 다른 한쪽이 흡수하여 줄 것이다. 더군다나 캘리포니아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 정부 뒤에는 재정정책을 조정하는 연방정부, 이런 비대칭성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지닌 조정자가 존재한다.  

 유럽의 경우 미국과 다르다. 제법 많이 경제적, 정치적 장벽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꽤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그리스 노동자가 독일로 이주해 그곳에서 일자리를 찾고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그리스 뒤에는 연방정부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국가마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이질성과 장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유로화라는 같은 통화를 썼다. 이러한 조건들 하에서 같은 통화를 쓴다는 것은 어느 한쪽에서 위기가 일어났을 때, 그 위기를 중화시켜줄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비대칭성이 발생하고 이 비대칭성은 단일 통화권이라는 통합을 부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이론 배경이다.

 그렇다면 왜 그리스 위기는 유로권 붕괴를 이끌지 않았나? 왜 3개월이 지난 지금의 유럽은 폴 크루그만이 말한 그것과 다른가. 먼저 이 최적통화 이론이 현실과 꼭 들여맞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내부에서도 도시마다 실업률이 다르며,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 해안과 중심부 주들의 실업률, 경제적 상황은 크게 다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구와 부산은 같은 영남에 아무런 무역 장벽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업률 및 경제력은 다르며, 대구와 서울은 더욱 크게 다르다. 그 이유는 아무리 각 지역의 경제적 차이가 다르고, 다른 어떤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단지 어떤 도시가 경제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사를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자신의 고향에 적응이 되어 있고, 고향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또 고향이 다른 도시보다 좋을 것이다. 다른 도시에 이사를 갈 경우, 자신이 그동안 축적해 온 하나의 경험을 버리는 것이며, 또한 그 도시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캘리포니아 사람에게 실업률이 낮은 중부로 이사가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옵션이다. 이렇게 이런저런 경제적으로 합산을 해서 이사를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하겠지만 그래도 그 비대칭성이 완전히 대칭적으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꽤 오랜 자본주의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 바로 그러한 것을 잘 보여준다.

 중앙 정부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강력하게 비대칭성을 조정시켜 줄 수 있는 정책을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그 권력을 책임지는 자들은 몇 년에 한번씩 선거라는 시스템을 통해 평가를 받으며 그 정치 시스템은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바로 그러한 것의 대표적인 예다. 서울과 지방의 비대칭성, 서울과 충청권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실행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즉 현실 속에서는 경제학 이론이 말하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 상품 이동이 나타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을 위한 조건이 갖추어 준 공간과 시간 속에서도 말이다.
 
 또한 미국과는 다른 유럽의 특수한 정치 시스템이 이러한 분열을 막아주고 있다. 유럽은 강력한 중앙 정부가 존재하지 않지만, 각국들간의 견제와 협력이라는 복잡한 상관 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서로간의 견제 시스템이 강력한 중앙 정부 없이도 비대칭성을 조정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망설일 때 프랑스는 독일에게 지원을 안할 시 그들이 받을 불이익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를 했고, 결국 독일은 그리스를 지원했다. 서로간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 구도 속에서 절대적인 강자와 약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절대적인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기도 그만큼 어렵다. 이 관계 속에서 독자적인 협력만을 볼 수는 없다. 다른 국들과 타협하고 협상해야 한다. 나는 이번 그리스 위기가 오히려 유로권을 더욱 강하게 결속 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위기로 낮아진 유로화로 인해 독일은 수출을 늘일 수 있었고, 그 것은 그리스에게 빌려준 채무와 비교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유럽과 함께 그리스에게 빌려준 채무는 그리스가 좀 더 유럽화기 되도록 조정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서로간의 견제 시스템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프랑스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영국은 독일에게 협상을 했다. 결국 독일의 히틀러는 프랑스를 점령하고 영국을 침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는 이제 하나의 역사가 되었고, 그들에게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교훈이 되었다. 유럽의 이러한 특수한 시스템은 역사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다. 이러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앞에 보이는 몇가지 경제 지표와 수치로 그들의 미래를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경제는 하나의 무척 중요한 사안이지만 그것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폴 크루그만과 다른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빗나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이 경제학자들에게 왜 2008년 금융 위기를 막지 못했냐고 혹은 예측하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2008년 금융 위기는 미국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은 여전히 혹은 더욱 더 미국을 가장 신뢰하는 국가로 보고 있다. 경제학자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데 한국 언론은 마치 그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혹은 진실에 최대한 가까운 사람으로 본다. 아이러니다. 그 결과 5월 그리스 위기가 본격화 되었을 때 한국의 언론은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들의 전망만 주시했다. 유럽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 지금도 유럽의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도 어떻게 알아야 할지 알 수 없다. 현재는 그리스 혹은 유럽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은 거의 없다. 만약 유럽에서 다시 문제가 생긴다면, 한국 언론들은 다시 '미국'의 '경제학자'들에게 유럽의 미래를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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